영어발음 지피지기02: 인지적 구두쇠 01

Episode 1. 호랑이 vs. 오우뢍이
 아이 유치원 선생님이 저에게 “what is a tiger called in Korean?”물으시길래 “호랑이”라고 답하자, 선생님은 “오우뢍이?” 그래서 저는 다시 “no, it’s 호. 랑. 이”라고 답하자, 선생님은 다시 “오우./뢍/이. Right?”  저는 분명 “ㅎ”소리를 내었지만,  그는 “ㅇ”과 “ㅎ”을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제 머리속에 그때 “아, 맞아 영어 h는 우리말 ㅎ보다 강하지” 그것을 기억하고 나서,  “ㅎ호랑이”처럼 ㅎ소리를 낼때 입에서 공기를 더 세게 내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그는 ㅎ소리를 인지하고선 이번에는 “ 호우뢍이”로  발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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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심리학 용어 중에 “인지적 구두쇠 Cognitive Miser”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들의 두뇌는 많은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서 선택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고 풀이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 중에 운전하면서, 내가 얼마나 많은 나무를 지나쳤는지,  몇개의 신호등을 지나쳤는지 세어보신적이 있으십니까? 아마 거의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눈은 분명 그것을 보았어도 그것이 어떤 나무인지 몇개였는지 기억하지 않습니다. 눈으로는 보았지만 두뇌에서는 그것이 중요하거나 필요한 정보가 아니기때문에 입력해두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의 두뇌는 우리에게 중요한것, 혹은 관심있는것, 보고싶고 듣고싶은 것 그리고, 익숙한 것을 정보처리하기 좋아하고 편해합니다. 제한된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쓰기위한 나름의 전략입니다.

그런데,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 특히 아주 다른 종류의 언어를 습득할 때, 모국어가 형성해준 스키마때문에 당연히 이러할 것이다라며 전혀 의심하지 않고 다른 언어를 배우려다 보니 걸림돌이 되는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글자라도 각  사람이 내는 소리는 차이가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내는 소리, 여자아이가 내는 소리는 다르지만 어떤 일정한 “범위”내에 들어오면, 그림 1-1에서 표현하는 것과 같이 모두 같은 소리로 인식하게 됩니다.

한편,  한국인들에게 H는 우리말 “ㅎ”과 같은 소리로 인식됩니다. “ㅎ”과 “H”의 차이가 우리의 두뇌에게 대단히 중요한 차이가 아니라서 실제로 다른 소리일지라도 우리의 두뇌는 그러한 소소한 것 까지 변별하는 것은 의미있지 않다고 판단하고 내 귀가 “h”소리로 들을찌라도 내 머리에는 “ㅎ”소리로 남게 됩니다. 그 결과 발음하는 소리도 “ㅎ”으로 내게 됩니다. 실제로 H소리는 우리말 ㅎ보다 강한 소리입니다. 입에서 공기가 더 세게 나오는 소리입니다. 마치 중세한글에 [ㅎㅎ]쌍히읏처럼  말입니다. 이런 이유로 “홍길동”이라고 말하면 그들의 귀에는 “옹길동”처럼 들리는 까닭이 이것때문일것 같습니다. EPISODE 1에서 제가 “호랑이”라고 말할때 상대방은 “오뢍이”라고 알아듣는 것도 이러한 이유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안녕하세요?”를 영어원어민들이 말할때 마치 “아안녕ㅎ하아쎼요우” 처럼 “하”를 강하게 발음하는 것을 종종 발견하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도 영어의 H소리가 우리말 ㅎ보다 강하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옆 그림은  과학적으로 측정한 그림이 아니라, 제 머리속에 우리말 “하”가 영어의 “ha”와 “a”사이 어디즘에 있기 때문에 입에서 공기를 더 확실하게 내보내지 않음면 원어민의 귀에는 자칫 a로만 들릴수 있다는 것을 그림으로 표현해 본것입니다.

다음 예로,  원어민들에게 [i]와 [ɪ]는 전혀 다른 모음입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한국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의 경우에 이 두가지 모두 “이”로 들린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두가지 모두 발음도 “이”로 발음해 버립니다. 이것 때문에 Sheet, shit발음이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서 민망한 사태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좋은 소식은 그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관심있게 듣기 시작하고, 발음내는 법을 알아 연습하다보면, 이 세가지 소리가 모두 구분해서 드릴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한가지 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S와 z는 모든 입모양과 혀의 위치가 똑같습니다. 단 한가지 다른 것은 z는 s소리를 내면서 목청만 울려주게 되는 것입니다.  즉, s와 z는 이란성 쌍동이 같은 관계입니다. ʃ와ʒ, ʧ와ʤ도 마찬가지 관계입니다. ʒ도ʃ소리를 내지만 목청만 울려주는 소리이며, ʤ도ʧ과 모든 것이 같지만 목청만 울려주는 것이 다릅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많은 한국 분들이 s, ʃ, ʧ 의 세가지 소리는 구분하면서,  z,ʒ,ʤ의 소리는 잘 구분하지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